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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1)

인생조각 2024. 7. 21. 01:21

'책은 도끼다'에서 사랑에 대한 통찰을 주제로 추천한 책이다.
현대사회에서 남녀 간 사랑을 고백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진정한 사랑에 대한 궁금증과 현대 사회에서 말하는 사랑에 회의감이 있었기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https://life-story-question.tistory.com/4

 

사랑에 대한 회의감과 의문 (사랑이 그렇게 중요한가?)

10대 때 '사랑'이라는 의미에 대해 처음 궁금증을 가졌다. 미디어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것 같았다. 남녀 간 본능적 끌림, 서로에 대한 호감만 보여도 '사랑'이라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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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인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궁금해하는 거 같다.
나 역시 내가 하는 사랑의 정체가 궁금했다.
 
1. 낭만적 운명론
전통 디즈니 공주들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일 것 같다.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온전히 이해해 줄 사람을 갈망한다. 나도 내 영혼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가족들과의 동침이 항상 괴로웠고, 때문에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됐고 운명이라 믿었다. 나와 그는 너무 잘 맞았다. 긴 연애동안 싸운 적도 없었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고통스러운 갈망을 해소해 줄 존재에 대한 미신적인 믿음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일까?' '하늘이 우리를 가엽게 여겨 우리가 그리던 왕자나 공주를 만나게 해 준다면, 그 만남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이 구절이 너무 공감됐다. 한 사람과 깊고 길게 만나는 타입이어서 20대 때 한 명과만 연애를 했었다. 이 구절에 적합하게 나는 그와 사랑에 빠졌었다. '나'를 이해해 줄 단 한 명의 사람과 만났다 생각했다. 5년의 시간을 인내한 끝에 만난 사람이었다. 나의 영혼을 용납해 줄 남자의 조건은 이러했다. 1.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 2. 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 3. 신앙적 가치관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 4. 이공계 5. 술, 담배 안 하는 사람. 뼛속부터 이공계 감성이었던 나를 이해하려면 필요한 조건이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보질 못했는데 운명처럼 만나게 됐다. 대화도 너무 잘 통했다. 그 사람의 성격, 외모, 말투 그 모든 것이 좋았다.
 
누군가를 향한 끌림은 또다른 종교다. 저 사람이 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줄 것 같고, 인생이라는 외롭고 고독한 터널 속에 나를 유일하게 이해해 줄 한줄기 빛과 같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불신하면서도 낭만적인 사랑을 믿었던 거 같다. 가족한테 이해받지 못하면서 컸던 나는, 나를 그 자체로 이해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거 같다. 내 삶이 불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내 인생이 더 기쁘고 의미 있다고 여겨졌던 것 같다. 
 
2. 이상화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사람을 꿰뚫어 보는 일을 중단하고자 하는 순간적인 의지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가끔 사랑에 빠지는 것은 냉소주의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 상대방의 장점을 의도적으로 과장하는 면이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람을 믿지 않는 것은 습관화 돼있다. 남한테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적당히 친하게 지낸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나를 이해해 줄'그 사람'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 그런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족도 친구도 온전한 교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가 우선순위인 연애를 하고 싶었다. 낭만적 운명론의 결과로 이상화를 시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상과 맞지 않았을 때 나도 모르게 실망했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 그대로 그를 두고 싶었다.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가 되면 피폐해진다. 근데 우리는 다르다는 믿음으로 내가 원하는 '그'를 만들었다.
 
3. 이면의 의미
'확실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구애라는 땅에 들어가 얼쩡거리지 말아야 한다' '그가 나를 바라는 것일까?' '나는 실마리들을 악착같이 쫓는 사냥꾼이 되었다' '사람들도 사랑을 믿지만, 그렇게 믿어도 되는 상황이 오기 전에는 아닌 척하죠. 가능하기만 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냉소주의를 던져버릴 거예요. 하지만 다수는 그럴 기회를 결코 얻지 못하죠"
 
이 부분에서 나는 저자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 밀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닌척하면서 원하는 것은 딱 질색이다. 기면기고 아니면 아닌 게 편하다. 내가 구애를 한다 해도 분명하게 고백하고 분명하게 답을 듣는다. 이런 성향임에도 상대방이 나를 헷갈리게 하는 답이나 행동을 하면 굉장히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확실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다. 헤어지고 아예 안보는 상황이면 상관이 없는데 계속 봐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확실하게 선을 그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때 너무 힘들었다. 고문이 따로 없다.
 
4. 진정성
'내가 클로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한 모든 믿음을 잃었다는 뜻이다.' '내가 매력을 못 느끼는 사람을 유혹하는 게 쉽다' '나의 진짜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한 갈등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무가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 나는 누구여야 합니까?'
 
최대한 이 부분에서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려 한다. 연애할때 상대방에게서 느꼈다. 연애했던 상대방도 꽤나 솔직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감추고 있단 생각을 못했다. 당사자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 같다. 상대방의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해서 감췄다는 말이 공감이 된다.
 
5. 정신과 육체
'생각만큼 섹스와 대립하는 것은 없다. 섹스는 본능적이고 반성하지 않으며 자연발생적이다' '키스한다. 고로 생각하지 않는다'
 
키스와 섹스에는 서로를 향한 욕구만 있을 뿐 어떤 생각도 관여되지 않는다. 사랑하면 육체적 관계를 맺고 싶다. 가장 약한 모습으로 상대에게 다가갈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용납당하는 걸 우리 모두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6. 마르크스주의
'우리는 타락한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이상적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사랑을 한다. 그런데 그 존재가 나를 사랑한다면, 충격을 받는다.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할 만하다고 인정한다는 것은 그 사람 취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그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내가 바라던 대로 멋진 사람일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원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크게 와닿진 않았다. 나는 이상적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사랑을 한 게 아니다. 그저 서로 치부를 보이고 인내하고 인생이란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를 원했을 뿐이다. 아마 난 신앙이라는 의지할 대상이 있기 때문에 사람한테 덜 기대한 게 아닌가 싶다.
 
7. 틀린 음정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익숙해지기 오래 전부터 이미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는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우리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하여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에서는 절대 첫눈에 반하는 일이 없다.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상대를 진정으로 알 때에만 사랑이 자라날 기회가 주어진다 왜곡된 사랑의 현실에서는 아는 것이 늘어날 경우, 그것은 유인이 아니라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사랑하는 여자를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은 머릿속에서 작곡한 놀라운 심포니를 나중에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소리로 들었을 때의 느낌과 같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상대방을 잘 알고 연애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내면의 밑바닥까지 알게 됐을 때 당혹감이란.. 배신당한 기분이랑 비슷한 것 같다. 나 혼자 기대해 놓고 배신감을 느꼈다. 이 정도로 천생연분이면 결혼할 마음이 드는 게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결혼의 문제 앞에서 진짜 속마음을 드러낸 그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같은 마음이 아니구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정의와 생각이 서로 달랐다. 너무 당연히 똑같을 거라 생각했다. 말도 안 해보고 똑같을 거란 생각을 하다니... 낭만적 운명론에 빠져있던 것 같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그걸 직면하는 게 두려워 피하고 있었던거 같다.. 그 사람이 그럴리가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