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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2)

인생조각 2024. 7. 27. 14:50

8. 사랑이냐 자유주의냐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상대를 마음대로 살게 해주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우리더러 마음대로 살라고 허락한다면 그것은 보통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클로이와 나는 친구들에게 라면 절대 우리에게 서로 그러는 것처럼 잔인하게 굴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과거 나에게 자유는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의 연애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는 서로 하고 싶은 일을 존중하면서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사랑과 자유주의를 모두 취할 수 있다 생각했다.. 결혼 문제가 대두되기 전까지 말이다.. 결혼은 서로를 구속하는 법적 계약 관계다. 그때 사랑과 자유 중 나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게 된다. 상대방이 자유주의를 택하는 순간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했던 것은 우선순위를 서로에게 둔 교제였다. 인생의 동반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결혼까지 이어지는 게 당연했다. 다음에 누군가와 연애를 만난다면 이 부분을 먼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9. 아름다움

'내가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클로이의 외모에 대한 나의 주관적 반응일 뿐이었다' '아름다움에 관한 주관적 이론은 기분 좋게도 관찰자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들어버리므로'

 

미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상이했었다. 시대와 나라별로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산을 중요시하는지, 자기 과시를 중요시하는지, 생존을 중요시하는지 등등.. 에 따라 미의 기준은 달라진다. 나라별로 문화가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가치관과 살아온 배경이 다르다. 그러니 미의 기준도 다르다. 지적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지적이고 차분한 인상을 좋아했다. 같이 토론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게 재밌었다. 키 크고 하얀 피부에 안경 쓰고 깔끔한 이미지의 남자였다. 이런 이미지를 가진 상대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철저히 내 주관적인 입장에서 상대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별로여 보이기도 한다. 아름다움은 철저히 주관적인 문제다. 관찰자가 없는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아름다움을 내가 발견했기에 아름다웠던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발상이었다.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인가..

 

10. 사랑을 말하기 

'그 어느 때보다 언어가 독창적이고 개인적이고 완전히 사적이기를 바라는 순간에 나는 감정적 의사소통의 돌이킬 수 없이 공적인 성격과 마주치게 되었다' '사랑의 모든 언어는 과도한 사용으로 훼손되었다'

 

나만의 표현으로 상대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연애할때 한동안 사랑한다 말하지 않았다. 진짜 사랑하게 됐을 때 하고 싶었다. "너를 좋아하지만 사랑은 아직 아니야"라고 말했다. 상처받은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래도 이게 맞다 생각했다. 이 관계는 우리 둘만의 것이니까.. 우리 둘만의 표현을 해야 했다. 그러다 나중에 사랑한다 말하게 됐을 때 그 의미와 감동은 우리 모두에게 컸다. 사랑하면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다.. 언어와 스킨십과 표정으로.. 느끼고 있는 개인적인 감정을 전달하려면 우리 둘만의 언어가 필요했다.

 

11.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

'내가 클로이에게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정작 그녀 자신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에 비춰볼 때 부수적이고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실 그녀에게 속하지도 않은 것을 내가 내 멋대로 읽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적인 평범함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 광기를 드러낸다.' '윌은 신중하게도 클로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지 않고, 더 정확하게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느냐고 물었다.'

 

가슴이 저릿했다. 사람마다 다른 시각으로 한 사람을 관찰한다. 그의 특정한 부분을 부각해서 보았다. 행동력이 부족했던 나에게 그는 항상 도전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앞서서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머뭇거리는 내 모습과 달라서 좋았다. 내가 보는 모습이 그의 본질이라 생각했다. 내가 본모습은 다양한 모습 중에 하나이고 그의 본질을 알아가야 된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저 연애의 즐거움에 취해 시간을 보냈던 게 후회스럽다. 다음에 연애를 한다면 상대를 왜곡해서 보지 말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부터 진지하게 해 봐야겠다.

 

12. 회의주의와 신앙

"나는 아내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 역시 시각적 착각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객관적 실재와 관련이 없는 내적인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탁자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사랑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되면 그것은 지옥이다'  '연인들은 사랑 없이 의심을 하는 것보다는 틀려도 사랑을 하는 모험을 더 좋아한다' '클로이와 내가 사랑의 노른자위를 말짱하게 보존할 수만 있다면, 진실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진실을 원한다. 틀려도 사랑 모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죽을 줄 알면서 달려드는 불나방은 되고 싶지 않다. 그건 지옥이다. 사람은 누구나 진실만을 볼 수 없다. 왜곡된 존재이기에 왜곡되게 본다. 이렇게 왜곡된 나에게 가장 적합한 사람이 있다. 그도 왜곡된 존재일 것이다. 이 두 존재가 하나의 하모니로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게 사랑의 완성이지 않을까? 뭐가 진실이냐를 따지는 것 왜곡된 인간에게 적합한 질문이 아니다. 나는 신을 믿기 때문에 진실은 하나님만 알고 계시고 왜곡된 우리에게 맞는 사람을 주실 것이다. 그러니 연애할 때도 뭐가 진실이냐를 따지기 보단 우리 두 사람이 하모니를 낼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13. 친밀성

'이러한 일화들 자체가 흥미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클로이와 나만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우리에게 우리가 서로에게 남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었고, 일들을 함께 겪어가며 산다는 느낌을 주었으며, 함께 끌어낸 의미를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이 친밀성의 위력은 강력하다. 자석처럼 두 사람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친밀성 때문에 헤어졌어도 한동안 굉장히 힘들었다. 우리 둘만이 공유하고 있는 추억이 너무나 많았다. 서로에게만 보여줬던 표정과 눈빛이 있었다. 하나의 단어로 같은 추억과 생각을 공유했다. 헤어지고 누군가와 대화할 때 그와 주로 이야기했던 추억, 주제 단어들이 나오면 본능적으로 슬퍼졌다. 그런 존재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더 큰 박탈감을 느꼈다. 사진은 없지만 온몸에 남아있는 그와 친밀했던 습관들이 날 괴롭혔었다.

 

14. '나'의 확인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혼자서는 절대로 성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성격의 기원은 우리의 말과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에 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며, 그 관심으로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더 풍부하게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클로이는 나를 이해하기 때문에 나에 대한 그녀의 행동에는 "나"의 확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요소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회적 관계에서 남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연애할때도 그랬다. 그가 해줬던 말들을 생각해 본다. 지혜롭다. 똑똑하다. 잔다르크 같다. 스스로 생각도 안 해봤던 말이다. 사실 안 좋은 단어들은 생각이 안 난다.. 서로에 대한 만족도가 컸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만 헤어질때 내가 너무 그를 몰아세웠던 게 아닐까 싶다. 솔직히 필요한 일이었다. 그 뒤로 나와 다른 속도를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사랑이지 않을까? 상대방을 내 식대로 생각하고 만들려고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