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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별 후 가장 많이 봤던 드라마 ‘연애의 발견’ 리뷰

인생조각 2024. 7. 27. 22:52

대부분의 드라마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자극적인 소재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드라마를 잘 보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교훈을 줄만한, 두고두고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좋아한다. 그런 드라마가 몇 없는데 그중 원탑이 연애의 발견이다.

 

연애의 발견 포스터

 

이 드라마가 내 인생 드라마인 이유는 현실적이고 솔직한 구성 때문이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한 대사에 가슴이 쓰라렸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감정과 서사였다. 2014년에 방영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런 드라마가 있는지 몰랐다. 긴 연애가 끝나고 바쁜 일이 얼추 정리되었을 무렵 알게 된 드라마다. 그 뒤 이별의 아픔으로 힘들 때마다 이 드라마를 봤다. 가슴 아팠던 내 연애와 매우 흡사했다.

 

대학생이었던 한여름은 강태하를 보고 한눈에 반했고 강태하도 그녀의 솔직함이 귀여워 사귀게 됐다. 그러나 강태하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그 뒤 새롭게 사귄 남자친구 남하진에게는 자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보이지 않고 밀당을 한다. 그리고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강태하 때문에 알았어요 연애는 여자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걸" 나도 연애할때 여름이랑 비슷했다. 내 모습 있는 그대로 거짓 없이 보여줬다. 내 감정에 솔직했고 좋으면 좋다고 했다. 그런데 그만큼 받은 상처도 컸다. 

 

태하는 여름이보다 중요한 게 많았다. 특히 일이 중요했다. 태하는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공사판에서 밑바닥부터 일했다. 그의 너무 바쁜 하루가 여름이를 지치게 했다. 

 

맨날 기다리게 하던 사람

나 혼자 동동거리게 하던 사람

나보다 중요한게 엄청 많던 사람

나를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하찮게 대할 수 있나... 

자존심 상하게 했던 사람

 

으로 강태하를 기억하게 된다. 나도 그랬다. 그는 나보다 중요한 게 너무 많았다. 가족, 일, 교회 사람 등.. 항상 본인 스케줄에서 시간을 쪼개 날 만나러 왔다. 아니.. 심지어 만나는 중간에 누군가를 급히 만나러 가기도 했다. 별일 없이 카페에서 만난다 해도 그는 지쳐 잠들었다. 나도 시간 내서 나온 건데.. 물론 내 할 일을 하다가 집에 가면 되지만.. 내가 얼마나 그 사람 인생에서 티끌 같은 존재인지 처절하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때마다 말했다. "넌 날 사랑하는 게 아니야. 사랑한다고 말하지마"라고.. 그 말을 입 밖으로 뱉는 내 모습이 비참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우리 관계에 끝이 정해져 버렸다. 그걸 알았는데도 바보같이 그를 놓을 수 없었다. 여름이도 그랬다. 여름이는 마지막으로 태하에게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마음을 짜내 태하와 여행을 갔지만 자기에게 무관심한 태도에 인내심을 잃게 된다. 

 

 

"내 마음이 어떤지 궁금하지도 않는데 여기 왜 왔냐고!"

태하와 헤어질때 여름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난 여름이의 연애..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남하진과의 연애에선 항상 갑의 위치를 차지한다. 다시는 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 모습이 왠지 모르게 슬펐다. 태하를 너무 사랑했기에 상처가 너무 컸던 것이다. 연애 태도에 변화가 올만큼.. 내가 을일 때 을 취급하는 남자와 만나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갑 역할을 하는 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랑을 할 바에는 혼자 지내는 게 낫다. 그건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다. 내 이익을 위한 관계지.. 나는 '사랑'을 원했다.

 

그 둘이 그렇게 헤어지고 5년만에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때 여름이는 자기가 갑인 연애를 하고 있었다. 태하는 여름이를 계속 잊지 못하고 있었다. 누굴 만나도 여름이 만큼 좋은 여자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와의 재회는 그에게 기회였다. 그렇게 계속 우연을 가장한 기회를 만들었다. 그때마다 여름이가 자신과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여름이는 그 추억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현재가 중요했다. 구남친과의 추억은 빨리 잊어야할 과거에 불과했다. 나도 그랬다. 어차피 헤어진 사이.. 그와 있던 과거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남자를 만날 것인지가 중요하지.. 

 

그러다가 태하는 여름이가 아버지의 자살로 힘들어했었고 연애할 당시 자기가 알아주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다. 이에 큰 죄책감을 느껴 여름이에게 미안해 한다. 여름이는 그의 진심에 마음을 열게 된다. 태하는 자기가 왜 헤어지게 됐는지 깨닫게 되고 진짜 여름이와 이별하겠다고 선포한다. 그 뒤 우연히 태하네 회사 워크숍 장소랑 여름과 하진 여행장소가 겹쳐 같이 놀게 된다. 밤에 태하가 낸 퀴즈 대회가 열렸다. 여름이도 함께하게 되는데.. 과거 여름이와의 추억이 담긴 내용이였다. 여름이가 그 퀴즈를 다 맞히는 모습에 가슴이 저릿했다. 

 

"한 번 정도는 말해주고 싶었어요.

나도 강태하와 있었던 좋은 기억잊지 않았다고

그 기억은 나한테도 소중하다고"

 

태하를 바라보는 여름이

 

맞다.. 나도 현재가 중요하지만.. 그 기억은 잊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추억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사람이니깐.. 헤어진 연인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되면 자꾸 나와의 추억은 다  잊었는지 본능적으로 궁금해진다. 아직 내 취향을 기억하고 있는 그 사람이 미우면서 그리워진다. 둘만 공유하고 있는 추억 때문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더 분노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퀴즈가 끝나고 여름이는 잠을 이루지 못해 밖에 나왔다. 태하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제발 잘 살라고 말한다. 태하는 여름이 주변을 몰래 서성이고 있었고 그걸 여름이는 눈치채고 있었다. 

 

"니가 그렇게 찾아오면 내가 널 계속 기다리게 되잖아

하루에도 몇 번씩 창 밖을 보는 줄 알아?"

좌절하는 여름이

 

여름이의 저 대사에 참 많은 게 담겨있다. 네가 잘 살아야 나도 편하게 내 길을 갈 텐데 네가 자꾸 신경 쓰이는 마음을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어 절규하다. 가슴이 시리다는 게 이런 감정인 건가? 싶었다. 나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단호하게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졌으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왜.. 다른 사람은 만나질 못하는지.. 왜 나랑 헤어지고 더 잘 지내지 못하는지.. 그게 신경 쓰이는 내가 비참하고 답답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맘처럼 되질 않았다. 이런 맘을 어디서 말도 못 하고.. 이 드라마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헤어지면 추억이 미화된다고 한다. 맞는 거 같다. 아주 많이 미화된다. 그가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해 줬던 것만 기억난다. 밉기도 했지만 결국 사랑했기에 미웠던 거다. 가족 외에 누군가를 그렇게 미워하는 감정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내 사랑은 달콤했고, 아팠고, 쓰렸다. 이제는 이 드라마를 감사하게도 보지 않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명작이다. 

 

참고로 이 드라마 OST도 정말 많이 들었다

 

너무 보고싶어 - 어쿠스틱 콜라보

시간을 거슬러 - 원 모어 찬스

묘해, 너와 - 어쿠스틱 콜라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