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매일의 기록

[일상] 엄마와 관계 회복의 시작

인생조각 2024. 8. 17. 20:13

가장 아픈 관계..'가족'.. '가족'이기 때문에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결혼은 내게 큰 도전이자 목표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결혼을 통해 진정한 연합과 회복을 누리려면 지금 관계에서 지혜롭게 잘해야 한다. 특히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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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와 결혼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점

(솔직한 이야기를 위해 독백하는 듯한 어투로 적어보겠습니다) 엄마 덕분에 28살에 결혼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 엄마는 나를 꼭 결혼시키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계셨다. 28살에 사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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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끈질겨질때가 있다. 문제를 직면하면 그렇다. 직업적 본능일 수도 있다. 문제를 보면 끝까지 본질을 파고들어 나만의 정답을 찾아야 속이 시원했다. 그래야 다음번에 같은 문제를 만나도 내 방식대로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으니까.. 지금 직면한 문제를 회피해도 또다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결국 내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고 해결하는 피곤함을 감수하지 않는다. 그저 보편적인 해결방식으로만 해결하려 하고 안되면 어쩔 수 없다고 믿고 그대로 주저앉거나 또다시 회피한다. 난 직면한 문제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 끈질김에 남들은 진절머리 난다고 하겠지만.. 난 끈질기게 해결하고 과거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엄마와 딸

 
엄마와의 관계도 그중 하나다. 여태까지 우선순위에 밀려 미뤄왔던 문제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니 가족의 의미와 기쁨을 이해하지 못하게 됐다. 결혼은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일인 만큼.. 연애로 끝날 관계가 아니라면 지금 가족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가족관계에서도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하고 인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고통만 있는 게 아니라 환희와 기쁨도 있다는걸 알게 될 것이다. 아직 느껴보진 못했지만 가족관계, 결혼관계에서 진정한 기쁨과 사랑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쾌락만 누리는 관계는 진정한 관계가 아니다. 행복할 거 같지만 행복하지 못하다. 그러기에 결혼은 꼭 할 작정이다. 내 일상을 기록하기 전에 서두가 너무 길었다..
 
일본에게 강제로 합병당했던 나라를 다시 찾아온 날이 광복절이다. 광복 후 혼란스럽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주체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다. 광복 -> 주체성 회복 -> 새로운 관계의 시작. 내게도 광복절은 그런 날이었다. 2주 전, 엄마와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가족과 다녀온 여행을 그냥 참고 흘려보낼 수 없었다. 이렇게 참기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과거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진심으로 대화하고 내 생각을 엄마랑 나눠야 했다. 사실 엄마랑 진심 어린 대화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끼리 부끄럽기도 하고.. 우리 가족은 표현에 서툴기 때문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일단 저지르고 봤다. 해결할 방법을 어떻게든 주실 것이라 믿고.. "엄마 우리 그날 점심식사 하자" "동생이랑 아빠도 부를까? 우리 둘만 만나?" "웅 둘만 보자 엄마한테 할 얘기 있어" "그래 그럼" 그렇게 2주를 떨리는 마음으로 보냈다. 주변에 기도부탁도 했다. 엄마를 긍흉히 여기고 품는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게.... 결혼 전 엄마와의 관계가 회복되길 간절히 원합니다..(묵상)

 
떨리는 마음으로 점심 식사에 나갔다. 마치 연애할때 남친을 보러 가는 것처럼 설레고 긴장됐다. 엄마를 만나러 오면서 이런 감정이 들다니.. 참 살다 보니 별 경험을 다한다. 그렇게 삼계탕 집에 도착했다. 말복이라 그런지 유독 맛있었다. 도란도란 근황을 얘기했다. 회사에서 팀장님과 면담했던 일, 진로고민, 최근에 읽었던 책 얘기, 아빠랑 잘 지내고 있는지 등등.. 오늘따라 엄마가 사근사근했다. 하긴 할 말이 있다고 처음 말해봤으니깐.. 근처 가장 저렴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엄마가 마침 결혼얘기를 꺼냈다.
나: "엄마, 나 결혼하려면 엄마와의 관계 먼저 회복해야 할 것 같아"
 
엄마: "결혼과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 "가족관계에서 행복감을 느껴야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그 전까진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역부족인 거 같아.. 엄마도 내 결혼을 원하니깐 우리 같이 기도하고 노력해 보자"
 
엄마: "왜 가족관계에서 행복감을 못 느껴? 언제 그랬는데?"
 
나: "가족여행 갔을 때도..."
 
엄마: "아니, 너가 맨날 신앙 얘기 하길래 좀 행동이 달라졌나 했더니 여행 가서 보니까 아니더라? 그대로더라? 바뀐 게 없던데?"
 
나: "그니까 혼자 하는 게 역부족이라고... 같이 하자. 엄마가 거칠게 하는 말에 상처받았어"
 
엄마: "넌 별것도 아닌 걸로 상처받고 그러니? 그럴만한 것도 아니었어!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나: "엄마 기준에선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상처받았다니깐 너무 날것으로 말하지 말고 남한테 하듯 모노톤으로 말해줘. 그리고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는 식으로 말하지 말아 줘"
 
엄마: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나: "분명히 그렇게 들었어 그래서 상처받았다니깐"
 
엄마: "그래.. 뭐 난 그런 기억이 없지만.. 너가 그랬다니까 조심할게 말투도 바꿔볼게 근데 너도 1년에 2~3번 여행 가는 거니까 좀 움직여. 말투랑 표정도 날 무시하는 투가 있는데 그것도 고치고! 옷도 좀 예쁘게 입고 다녀!"
 
나: "알겠어 나도 그런 거 안 할게.. 가족여행도 그냥 일한다는 마음으로 갈게.. 옷도 엄마가 싫어하는 건 안 입을게"
 
우리는 이렇게 서로 고쳤으면 하는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더 배려하는 걸 해보기로 했다. 필터링 없이 본능적으로 했던 말도 생각하고 말하기로 했다. 아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다. 하지만 노력할 가치가 있다. 원래 노력 없이 얻어지는 관계는 깊이가 얕기 때문에 기쁨도 그만큼 얕다. 특히 가족관계에선 최소한의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길 원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데.. 남들과의 관계, 내 일에 시간을 더 들인다. 과거 연애가 생각났다. 남친에게 우선순위가 밀리는 게 자존심 상하고 기분도 나빴다. 근데 내가 가족한테 그러고 있었다. 1년에 몇 번 만나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성심을 다하지 못할까.. 난 전 남친과 다를 바가 없다. 그게 아니면 난 가족을 무시하는 사람이었다. 가족과 만나기 전에 이때 했던 다짐들을 세기고 가야겠다.
 
4시간의 만남은 매우 유익했고.. 용기를 내서 만나길 너무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으로 해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관계의 실타래를 풀 수 있지 않을까? 기대와 소망이 생겼다. 엄마가 고집불통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마음을 열었다. 엄마한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