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어둔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비가 들이칠까 봐 얼른 창문을 닫으려 한 그 순간..! 창문이 닫히질 않는다. 순간 헉..!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사 오고 초반에 창문이 닫히질 않아 무서운 마음이 들어 관리실에 전화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남자 두 분이 오셨는데 너무 쉽게 한 손으로 창문을 닫아주셨다. 순간 부끄러웠다.. "쉽게 닫히는 거였네? 다음부턴 내가 혼자 닫아봐야지"
우리 집 창문은 밖으로 열리는 구조고 손잡이를 안으로 잡아당겨야 닫힌다. 손잡이는 내 키보다 위에 있고 밖으로 열린 창문을 닫으려면 몸을 창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키도 몸집도 작은 나는 항상 까치발을 들고 손잡이를 당기는데 쉽지 않다. 게다가 고층에 살고 있어 창문을 닫을 때 몸이 밖으로 떨어질까 겁이 났다. 고소공포증도 있어 1~2번 시도할 수 있는 게 고작이었다. 관리실에 전화할까 싶었지만.. 생각이 많아진다. 젊은 남자분이 오시는데 여자 혼자 살면 남자가 집에 오는 게 무서워진다. "별 일이야 있겠어?.. 그래도 혹시 모르지.." "무슨 일을 당하면 소리 지를 수 있게 현관문을 열어둬야겠다." "그래도 외부 사람이 집에 오는데 청소도 좀 해야 되지 않겠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복잡한 마음에 전화하길 포기하고 다시 시도해 본다. 창문이 고정된 것 마냥 움직이질 않는다.
그렇게 창문을 닫지 못하고 저녁이 됐다. 이제 자야 되는데 아직도 창문은 열려있다. 밤이 되니 무서웠다. "한 번도 창문을 열고 잔적이 없었는데.."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시도해 본다. 결국 닫지 못하고 침대에 누웠다. 현타가 왔다. "창문 닫는 게 뭐라고 이렇게 힘드냐" 아무래도 불리한 내 신체 조건 때문인 것 같다. "이래서 집에 남자가 있어야 되는 건가? 더 늙기 전에 빨리 결혼을 해야 되나?" 혼자 창문을 닫지 못해 결혼을 결심한 여자이야기.. 뭔가 웃기다. "옛날엔 이런 생존의 문제로 결혼을 해야 했겠지.. 그렇게라도 결혼하는 게 복이려나.."
그렇게 아침이 됐다. 눈 뜨자마자 창문이 생각났다. 다행히 밤새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 창문은 반드시 닫혀야 한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그래 할 수 있어!! 오늘 반드시 창문을 닫고 만다!" 너무 무서웠지만 의자를 딛고 올라서서 몸의 절반을 창문 밖으로 내밀었다. "밑에 내려다보지 마... 앞 만봐! 할 수 있어!" 힘껏 손잡이를 당기는 순간 요지부동이던 창문이 움직였다. 이때다 싶어 얼른 창문을 닫았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내가 창문을 닫았어!! 대박!" 장하다 나 자신..
"퇴사하면 앞으로 내 인생에 "창문 닫기" 같은 순간이 많아지겠지?" 여러 번 시도해도 결국 움직이지 않는 창문을 마주할 날이 많을 것이다. 그때 "빨리 결혼할까?"처럼 "그냥 회사원으로 돌아갈까?"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때를 대비해서 왜 퇴사하려고 하고 내 꿈은 무엇이고 회사원은 왜 나랑 맞지 않은지 잘 정리해 둬야 한다. 나의 비전은 이 세상에 그 어떤 인생도 하찮은 인생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다. 이 비전을 잊지 않고 할 수 있다고 이건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이걸 하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고 다짐해보자. 퇴사를 결정했다면 더 이상 뒤돌아보고 두려워하지 말고 앞 만보자. 그렇게 몸을 사리지 않고 시도하다 보면 창문이 움직이듯 새로운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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