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연말마다 하는 종합평가와 중간평가가 있다. 평가 결과가 나올 때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과거에 내 모습이 어땠는지도 스스로 생각해 본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회사를 다닌 지 6년 차..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평가받는 것은 늘 괴롭다. 성적표를 들고 선생님과 1:1 면담하는 기분이랄까.. 평가지엔 "더 주도적으로 할만한 걸 생각해 보자! 전문적으로 해볼 만한 분야를 선정해 보자!"라고 적혀있었다. 이 문장에 가슴이 턱 막혀왔다.
한동안 일이 좋아서 삶이 없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미친듯이 달려 가다 꺾이는 사건이 있었다. 그때 일이 건강, 관계등..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가치들을 해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리는 이 라이프 사이클이 몸에 좋을리 없었다. 너무 몸을 움직일 일이 없으니 가끔 운동을 했다.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었다. 회사에서 야근을 할 때면 운동도, 요리도 사치스러운 일이 되었다. 자기 계발을 위해 기술 공부도 해야 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런 회사 생활을 나이 들어도 지속할 수 있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기술을 공부해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다고 해도 “그래서 그게 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뭔가를 배우는 게 좋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래서 시작했다. 몰입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다. 근데 이 일을 하는 의미를 찾지 못한 거 같다. 그때는 학생이었고 디테일한 정보들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일을 하다 보면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나는 데이터과학자로 AI 관련된 일하고 있다. 이 기술이 발전할 수록 내가 기뻐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기술의 발전은 사람에게 물질적 풍요를 주지만 그 대가는 엄청나다. 정신적 풍요와 생각하는 힘을 앗아간다. AI 기술도 연장선에 있다. 나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은데 오히려 죽이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일할 동력이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팀장님이 주신 코멘트는 나에게 압박으로 다가왔다. "퇴사할 때가 된 게 아닐까?"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릴 때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다칠 각오를 하고 뛰어내려야 한다. "퇴사를 한다 해도 팀장님과 팀원들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다음 직장 없이 퇴사한다고 하면 너무 놀라지 않을까?" "그냥 쉰다고 할까?" "너무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결국.. "올해까지만 다니자!"
저녁에 회사 동료들과 만나서 회사생활의 고충을 나눴다. 스스로 인생을 잘 살고 있는지? 질문하며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까지 하게되면 너무 사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며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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