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팀이었던 A님은 6개월 전쯤 퇴사하셨다. 몇 주 전부터 A님이 생각났다. 자신만의 일을 하신다며 퇴사하셨는데 어떻게 지내시는지,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했다.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연락하고 싶었지만 연락처를 알지 못했다. A님께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그러다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A님의 지인이 생각났다. 메신저로 A님의 연락처를 물어봤다. 본인은 모르지만 다행히 다른 분께 물어봐주실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2~3일이 지나도 연락이 오질 않았다. "연락처를 말해주기 곤란해지셨나?..." 싶었다. 그렇지만 몇 주간 퇴사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골머리를 앓던 나는 간절했다. 다시 용기를 내어 연락을 드렸더니 다행히 일이 바빠 잊고 계셨었다. 이렇게 긴 과정 끝에 연락처를 받아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너무 집요한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다가 우리 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도 들었다. 그렇게 멈칫하는 동안 마음속 불안감과 초조함이 커져 간절함이 되었고 그 간절함 덕에 집요하게 연락처를 받아내게 되었다.
걱정과 달리 친절하게 질문에 답변해 주셨고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A님은 N잡러로 살고 계셨다. 과거에 책을 낸 경험도 있으시다고 했다. 사내에 책 쓰기 관련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분(에디터 출신?)과 자리도 마련해 주신다고 하셨다.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크게 도움을 받을 줄 생각도 못했다. 연락해서 물어보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이공계 출신인 내 주변엔 그런 걸 물어볼만한 사람이 전혀 없었기에 너무 막막했었는데.. 역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볼 일이다.
A님과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퇴사 이후 다시 연락하는 관계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새삼 우리의 대화가 신기했다.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거다. 원래 알던 사람인데 새롭게 알게 된 사람 같았다. 우리는 회사에서 각자의 부분적인 모습으로 대화했고 서로를 이해했다. 이제 나와 A님의 상태가 그때와 달라져있기에 우리는 새로운 모습으로 대화하게 됐다. 어떤 물체를 볼 때 앞에서 볼 때와 뒤에서 볼 때 모습이 다른 것처럼 A님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건 내 관심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글쓰기라는 안경을 끼고 사람을 보니 안경을 벗었을 때랑 같은 사람이라도 다르게 보인다. 회사에서는 한 사람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기 어려우니 더 극적인 변화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이력서나 프로필에 쓸만한 경험은 아니지만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상황과 관심사가 변함에 따라 기존에 알던 사람과 관계가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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