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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알고있지만, 리뷰 - 진정한 사랑이란?

인생조각 2024. 8. 17. 16:20

애매한 관계는 어떻게든 확실히 정리하고 싶은 그 마음을 너무 이해한다. 책임지기는 싫지만 즐길건 즐기고 싶은 요즘시대의 연애를 잘 그렸다. 어릴 적 드라마를 보며 생각했다. 서로 좋아하는데 이어지지 못하는 커플들이 이상했다. "아니 서로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완벽하게 정리되는 거 아닌가? 뭐가 저렇게 복잡하지? 나는 절대 저렇게 애매하게 구는 남자랑 시작도 말아야지" 그렇게 애매하게 구는 남자들은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어차피 그런 사람한테 매력도 못 느끼니.. 갈등이 생길 것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 감정에 공감하고 있는가?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이 드라마에 공감하고 있는 내가 비참했다. 이 거지같은 감정.. 을 알고 싶지 않았고.. 적어도 나한테는 이럴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난 굉장히 솔직한 성격이고 기고 아닌 게 분명하니까.. 강력한 T 성향.. 인 내가 왜 그런 걸 겪게 된 걸까.. 역시 사람 일은 장담할게 못된다..
 

드라마 포스터

 
이 드라마는 여자 주인공 나비의 독백 대사로 시작한다.
"눈 앞의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랑을 할 때도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된 거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 마음이 들뜬다." 드라마의 핵심 대사다. 그렇게 나비는 첫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남친의 바람을 목격하고 사랑을 믿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남친과 헤어지고 우울한 마음에 바에서 술을 마시다 우연히 박재언을 만난다. 그 만남 이후 박재언을 계속 생각한다. 그러다 학교 술자리에서 박재언을 만난다. 너무 비현실적인 운명 같은 상황에..."운명이니 사랑이니 이제 그따위 거 다 안 믿는다고 했지만"이라는 대사를 반복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이 있지만 박재언은 위험한 남자였다. 모든 여자에게 여지 주는 사람이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해서 만난 그 남자와 개박살이 난 뒤로 거짓된 감정에 휩쓸리지 않겠다 다짐해놓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서로를 끌려하는 눈빛


여기서 나비와 재언이 서로를 의식하며 끌려하는 눈빛과 표정 연기가 너무 좋았다. 과거에 사랑에 빠졌던 때가 생각날만큼.. 그 사람에게 계속 시선이 가고.. 마음을 알고 싶어 떠보게 되는 거.. 썸 탈 때 누구나 겪는 과정일 거다. 내 연애도 비현실적일 만큼.. 환상적이었다. 감정의 요동이 거의 없던 나에게 찾아온 그 감정은 신비로웠다. 그 감정이 내게 찾아온 기적, 내가 끌린 그 사람이 나를 끌려한다는 기적, 나이 차이를 극복한 기적.. 이런 기적의 연속이 연애가 됐다.. 그 연애는 너무 사랑스럽고 즐거웠다. 이래서 사람들이 사랑하고 연애하는구나 싶었다. 소울메이트를 만났다는 환상... 이 사람이라면 결혼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난 매일 기적을 살고 있었다... 날 바라보는 눈빛, 표정, 시선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이 드라마는 그 시절이 생각나게 했다. 마음을 다 주는 연애를 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서로를 즐거워하는 두 사람

 

하지만..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갈등은 시작됐다. 우리는 결혼관과 연애관이 다른 사람이었다. 서로의 미래를 위해 헤어져야 했다. 결국 , 우리는 사랑했지만 헤어졌다. 그렇게 믿었던 우리 관계는 뭐였을까?.. 난 뭐가 문제였을까?...서로 사랑해도 이어지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솔직하게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그 뒤 나도 유나비처럼 사랑따위 믿지 않기로 했다. 남자도 믿지 않기로 했다. 역대급 헬게이트가 열렸다. 우리는 교회에서 만난 사이었고 둘 중 한 명이 떠나지 않는 이상 매주 만나야 했다. 나비는 재언에게 끌리지만 재언은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이란걸 알게 됐다. 그 남자와 연애해도 행복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끌림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에게도 헬게이트가 열였다. 재언은 나비를 책임지고 싶진 않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즐길건 즐기면서 책임은 피하고싶은 재언, 이를 완전히 거부할 수 없는 나비, 둘은 서로 좋아하지만 이뤄질 수 없었다.

 

진정한 사랑이란 뭘까? 요즘은 사랑이란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이기심을 채우며 연애하지만 또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전부 가짜인 사람도, 전부 진짜인 사람도 없다. 옛날에는 유토피아 같은 사랑을 꿈꿨었다. 하지만 이 연애를 끝으로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는 사랑인지 아닌지 구분하려고 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달았다.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그걸 부정하면 이데아만 꿈꾸게 돼있다. 사람은 그런 사랑을 할 능력이 안된다. 나도 못하는 사랑을 남한테 요구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을 뭘로 정의해야 할까? 약속과 신의를 지키는 것이다. 이유와 과정이 어쨌든 서로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 용기, 그 약속을 지키고자 열과 성의를 다하려는 마음이 사랑인 것 같다.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지키는 일은 사랑이다. 진짜 사랑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겨워지는 게 아니라 깊어진다. 사랑하기로 작정하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성실함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은 포기하지 않고 애쓰는 일이다. 그 가치가 시시해지지 않길 바란다. 그 사랑에 타인과 나를 살리는 힘이 있다. 심지어 사람이 아니라 일을 사랑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어떤 역경이 와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럴때 '정말 그 일을 사랑하시는군요'라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진정한 사랑을 누리고 주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다. 

 

책임 없이 쾌락만 즐기려는 박재언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재언은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를 본능적으로 보호하려하기에 누군가와 연애하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같은 교회 안에서 헤어진 사람과 7년간 생활했다. 우리는 헤어졌지만 끌렸다. 이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를 어떻게든 정의하고 표현하고 싶었지만 남들을 이해시키기 역부족였다. 그 사람이 미우면서 걱정되고, 원망스러우면서 잘되길 빌었다. 예전 우리 관계로 돌아가고 싶은 헛된 희망도 품었다. 나비는 박재언을 밀어내면서 끝내 완전히 밀어낼 수 없기에 고통스러워했다. "박재언의 익숙한 채취가 나를 무섭게 파고든다" "도대체 난 왜 얘를 못이기겠지.. 또, 한 순간에 무너질 거 같다.."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내가 느낀 감정과 마음이 정리됐다. 나한테 그 남자도 그랬다.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내가 뭘 좋아하고 못 먹는지 그 남자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의 손길과 행동들이 날 편하게 했다. 정말 잔인했다. 무섭게 파고든다는 대사가 정말 정확한 표현이다. 

 

 

이 드라마 결말은 결국 해피엔딩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도 첫 연애때는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시작했다.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약속과 책임 없는 연애를 시작하진 않을 것이다. 그걸 알게 돼서 참 다행이다.  헤어진 후로 난 성장 했다. 내 가치관을 더 건강하게 세우는데 시간을 보냈다. 과거엔 남자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데 집착했었다.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신물이 났던 것 같다. 항상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에 너무 지쳤다. 그런 욕구들을 남자로 채움 받으려 하면 건강하지 못한 관계가 된다. 결혼한다 해도 불행하기 마련이다. 내가 지혜로워져야 지혜로운 남자를 보는 눈도 생기고 진정한 행복이 뭔지 알게 된다. 왜곡된 시선을 잡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연애는 하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