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인생

20살, 인생의 전환점

인생조각 2024. 7. 14. 00:55

(10대 이야기를 보고 오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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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10대 이야기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기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회색 빛 같았다. 나는 매우 소심하고 걱정이 많고 엄마 말 잘 듣는 순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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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은 내 인생의 변곡점이다.

 

난 강제로 재수를 하게 되었고 그게 20대의 시작이었다.

 

온 친척과 가족이 만류하는 데 엄마는 내가 기어코 재수하길 바라셨다.

 

반대하는 결혼을 하면 잘 사는 모습을 꼭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과 비슷한 부담감이 들었다.

 

반대하는 재수를 기어코 해서 망치면 가뜩이나 돈 없다고 욕먹는 우리 집은 더 욕을 먹을 것이 자명했고 그럼 친척모임 때마다 욕을 먹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결정하지 않은 재수를 더 큰 부담을 안고 해야 했다.

 

우리 집은 기독교 집안이어서 매주 교회를 갔다. 

 

하지만 기독교는 내 종교가 아니라 부모님 종교였다.

 

나는 하나님이 살아계시다고 믿고 있지 않았다. 다만, 미성년자로서 부모님 말을 따라야 하니 교회를 다녔던 것뿐이다.

 

어느 날 교회 친구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교회를 나오는데 죽어서 보니 불교가 진리라면 어떻게 해?"

 

이 친구의 말이 너무 와닿았다. 그만큼 기독교에 확신이 없었다.

 

기독교에 확신이 없던 또 다른 이유는 부모님의 행실에 있었다.

 

부모님이 돈 때문에 싸우시고, 명문대가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성경 말씀과 너무 달랐다.

 

항상 내가 뭘 하든 '너는 그럴 능력이 없어서 안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엄마였다. 

 

엄마도 성경 말씀대로 안 살면서 나보고 이 종교를 믿으라는 건가? 내가 왜? 나중에 성인이 되면 교회 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말과 행동을 보면 기독교를 굳이 믿을 이유가 없었다. 불필요한 곳에 시간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재수를 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재수를 해봤자 내 원래 성적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러면 친척들과 연을 끊지 않는 이상 우리 가족은 구박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이미 돈도 없는 데 재수한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던 터였다.

 

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은 없었다. 명문대를 가려면 내 인생에서 한 번도 받지 못한 성적을 받아야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왕 이렇게 된 거 하나님이 진짜 살아계시는지 시험해보자 싶었다.

 

엄마가 나에게 물려준 종교니까 그게 진리인지 확인해보자 싶었다.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나는 절박했고 정신도 압박과 부담감에 힘들었다.

 

진리가 아니라고 증명되면 대학 가서 교회는 가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일부러 재수할 때 학원을 가지 않고 인강으로만 도서관 다니면서 공부했다. 그리고 매일 성경 필사를 했다. 

 

하나님이 아닌 방법으로 대학을 갔다고 해석되지 않게 모든 요인을 차단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말씀의 교제를 매일 하기로 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면 이렇게 재수했을 때 성적이 잘 나오게 해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없다고 생각하겠다고 기도했다.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해도 적어도 내가 기독교를 믿을지 말지는 확실하게 정하고 갈 수는 있겠지 싶었다.

 

3,6,9월 모의고사 때 나는 고3 때보다 더 못한 성적을 받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았다. 평안이 왔다. 항상 불안했던 내 인생에 처음 경험하는 마음이었다.

 

결과가 안 좋은데 불안하고 망했다는 생각이 아니라 잘 안되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 안에서 안식하는 느낌이었다. 하나님이라는 존재에 호기심이 생겼다. 

 

대학 가면 그래도 교회를 가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수능날이 왔다.

 

덕분에 나는 불안하지 않고 담대하게 수능을 봤다.

 

채점결과는 놀라웠다.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성적을 받았다.

 

이공계였던 나는 수학을 제일 좋아했다. 그런데 고3 내내 수학 성적이 안 나왔었고 재수 후 모의고사 때도 그러했다.

 

재수 때 상위 1% 안에 드는 점수가 나왔다.

 

다른 과목들도 대체로 잘 나왔다. 

 

나는 그렇게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결과라.. 대학 가서도 가끔씩 수능 다시 보는 꿈을 꿨다.

 

나는 그 뒤로 하나님을 부인할 수 없는 인생을 살게 됐다. 내 인생에 처음으로 소망이 보였다.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만 산다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원래 열정도 성공에 대한 야망도 없는 사람이었다.

 

명문대를 가게 된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닌 거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 열심히 살게 됐다.

 

내 인생은 크게 20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삶의 가치관이 바뀌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