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기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회색 빛 같았다.
나는 매우 소심하고 걱정이 많고 엄마 말 잘 듣는 순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친구가 좋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예민하던 시기였다.
관계를 잘 맺고 싶었지만 내 맘처럼 되지 않았다.
착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기분에 따라 나를 때리는 남자 애가 있었다. 폭행까지는 아니었으나 내가 만만해서 심심하면 날 때렸던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 물으면 딱히 이유가 없었다.
중학교 때는 누군가 나를 이유 없이 싫어했다. 그 친구한테 왜 나를 싫어하냐고 물어봤더니 그냥이라고 답했다.
나는 이유 없이 상대방의 미움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예쁘거나, 세련되거나, 집이 잘 살거나, 입담이 좋거나 하는 친구들은 주변에서 항상 인기가 있었지만 거기에 나는 해당되지 않았다. 중3 때는 같은 학급에 나랑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없어서 혼자 다녔던 것 같다.
그렇다고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다. 리더십이 있지도 않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항상 걱정했다.
나는 잘 사는 동네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우리 집은 잘 살지 못했다. 항상 돈 걱정을 달고 살았다.
핸드폰, 교복, 필기구, 액세서리 등을 보면 친구들과 부의 격차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집 부모님은 나중에 결혼할 자금도 도와줄 수 없다고 하셨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가 중요해지면서 중학교 때보단 친구들과의 관계를 덜 신경 쓸 수 있어서 좋았다.
고등학교쯤엔 나와 환경이 다른 친구들이 부담스러워졌고 친구 관계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는 영원할 수 없고 상처받기 쉽고 득 보다 실이 많다고 느꼈다.
친구와의 관계에 의미를 잃다 보니 공부에 매진했다. 공부를 잘하고 싶었다.
잘해서 누군가와의 관계에 의존하기보단 변하지 않는 실력에 의존하고 싶었다.
내 마음과 달리 성적은 잘 나오지 않았다.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지만 그 관계도 관심사가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은 반에서 중간이었다.
그러다가 왜 성적을 잘 받아서 명문대를 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욕심이 없었다. 그저 세상에 나가서 내 목에 풀칠할 정도로만 살면 되었다.
상대적으로 주변 사람보다 잘 살지 못해서 엄마가 항상 돈돈돈 거리며 잔소리했던 시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 뒤로 돈이 싫어졌다.
내 분수에 맞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최고가 되고 성공하지 못해도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친척들 중에 아픈 손가락이었던 우리 집은 늘 구박을 당했었고
때문에 엄마는 내가 성공하길 원했다. 내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는 내가 어떻게 명문대를 간단 말인가.. 부담감과 압박에 시달렸다.
고3 수능 때 평소 성적보다 약간 잘 나온 성적을 받았다.
나는 이 정도면 만족했지만 엄마는 만족하지 못했다.
결국 강제로 재수를 하게 됐다.
10대 때 스스로 재능도 없고, 친구들과 잘 지내지도 못하고 열정도 없는 존재라 생각했다. 엄마도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
집안도 화목하지도 못했다. 돈 때문에 부모님끼리 싸우는 날도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불안했다.
내 마음에 기댈 곳이 하나도 없었다.
왜 나는 어릴 때부터 돈 걱정을 해야 하고, 친구들과 평범하게 지내지 못하며, 친구의 배신과 괴롭힘을 겪어야 하는지..
주변 사람들은 하지 않는 고민을 왜 나는 해야 되는지 억울했다..
나에게 좋은 것을 주지 않은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엄마가 나에게 물려준 성격, 성향도 세상에서 생존하기 적합하지 않았다.
똑똑한 머리와 적극적 성격, 친화력 좋은 성향 등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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